집주인 몰래 세놓는 전대는 어디까지 되나

집 현관문 앞에 서 있는 세입자

회사에서 여섯 달 지방 근무를 받았습니다. 전세로 사는 집을 비워 두자니 아깝고, 마침 친구가 그동안 월세를 내고 살겠다고 합니다. 집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그렇게 해도 될까요.

안 됩니다.

민법은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집을 남에게 다시 세놓지 못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어기면 집주인은 계약을 해지해도 됩니다. 이렇게 세입자가 다시 세놓는 것을 법은 「전대」라고 부릅니다. 이 글은 그 조항 네 개를 차례로 폅니다.

동의 하나가 네 조항의 방향을 전부 바꿉니다.

동의 없이 하면 무엇이 걸리나

해지다. 끝이다.

법은 짧다.

민법 629조는 두 줄입니다. 세입자는 집주인 동의 없이 집을 전대하지 못한다. 어기면 집주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친구가 조용히 살다 나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들키면 계약 자체가 통째로 끊길 수 있는 일입니다.

하나 더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에게 준 계약갱신요구권도 여기서 막힙니다.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아홉 가지입니다. 그 넷째가 「동의 없이 집의 전부나 일부를 전대한 경우」입니다. 지난 갱신 거절 사유 글의 그 목록입니다.

방 하나만 내주는 것도 전대인가

예외가 하나 있다.

민법 632조는 건물 세입자가 그 건물의 「소부분」을 남에게 쓰게 하는 경우를 따로 뺐습니다. 그때는 앞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집 전체가 아니라 방 하나를 친구에게 내주는 정도라면 동의 조항이 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숫자는 없다.

다만 「소부분」이 몇 평인지, 몇 분의 일인지 법에는 숫자가 없습니다. 방 하나는 소부분이고 안방과 거실을 다 내주면 아니라는 식으로, 결국은 사안마다 따져집니다. 이 경계는 아래 「확인하지 못한 것」에 적었습니다.

동의를 받고 하면 어떻게 되나

동의가 전부다. 동의뿐이다.

동의를 받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민법 630조는 집주인 동의를 얻어 전대한 경우 전차인, 그러니까 친구가 집주인에게 직접 의무를 진다고 적었습니다. 월세를 낼 의무가 나한테만이 아니라 집주인 쪽으로도 함께 생긴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같은 조항 뒷부분은 이렇습니다. 전차인은 전대인에게 월세를 냈다는 것으로 집주인에게 맞서지 못한다. 친구가 나한테 월세를 다 냈어도, 내가 집주인에게 안 냈으면 집주인은 친구에게 다시 달라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너한테 냈잖아」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의를 받은 전대라도 월세가 집주인까지 제대로 가는지 친구 쪽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대, 동의가 갈라놓는 네 가지(민법 629조부터 632조까지): 동의 없이 하면 해지 사유(629조), 방 하나 정도의 소부분은 예외(632조), 동의 받고 하면 전차인이 집주인에게 직접 의무(630조), 둘이 합의로 끝내도 전차인 권리는 남는다(631조). 동의는 문자나 종이로 남기십시오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을 끝내면 친구는 어떻게 되나

이건 친구를 지켜 주는 조항입니다. 민법 631조는 동의를 받아 전대한 경우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로 계약을 끝내더라도 전차인의 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친구는 남는다. 법이 지킨다.

둘이서 「없던 일로 하자」고 해도 친구를 바로 내보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은 합의로 끝낸 경우이고,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서 해지된 경우까지 같은지는 조항에 없습니다.

세입자라면 이렇게 하십시오

여섯 달 비우는 정도라면 저라면 친구에게 전대하는 쪽보다 집주인과 먼저 터놓고 이야기하는 쪽을 고르겠습니다. 동의를 받아 전대하거나, 아예 계약을 중간에 끝내고 새 세입자를 구하는 길이 있습니다. 중간에 나갈 때 무엇이 드는지는 지난 글에 적어 두었습니다.

남겨라.

동의를 받았다면 문자나 종이로 남기십시오. 말은 약하다. 말로 받은 동의는 나중에 없던 일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받은 보증금은 집주인이 아니라 내가 돌려줘야 할 돈입니다. 집주인은 친구의 보증금에 책임이 없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 「소부분」의 기준 — 법에 숫자가 없고 판례가 사안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조항 그대로만 적었습니다
  • 동의를 받은 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보호받는지 —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전대 조항이 없어 다루지 않았습니다
  • 상가 전대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다른 법이라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근거 — 민법 제629조·제630조·제631조·제632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원문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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