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수선의무, 보일러는 법이 답하고 전구는 계약서가 답한다

집주인 수선의무는 보일러처럼 꼭 필요한 설비는 법이 답하고, 전구처럼 자잘한 것은 계약서가 답합니다. 법에는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 한 줄만 있다. 그 선 위는 집주인 몫이고, 선 아래는 계약서에 적은 대로 갑니다.
법이 그은 선은 굵고 계약서가 긋는 선은 가늘다.
이 글은 민법의 임대차 규정 여섯 개와 법무부·국토교통부의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열었다. 무엇이 집주인 몫인지, 내 돈으로 먼저 고쳤을 때 어떻게 받는지, 고장을 안 알리면 어찌 되는지를 적습니다. 세 들어 사시는 분과 세를 놓으신 분이 같이 볼 글이다.
법이 집주인에게 지운 것은 한 줄입니다
집주인은 집을 넘겨주고, 계약이 이어지는 동안 그 집을 쓰고 지내는 데 필요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민법이 집주인 의무를 그렇게 적었다. 표준계약서도 같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한 줄이다. 그런데 넓다.
난방이 안 되는 집, 물이 안 나오는 집, 전기가 나간 집은 사람이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보일러, 상하수도, 전기 같은 큰 설비가 낡거나 고장 나 집을 못 쓰게 됐다면 집주인 몫이다. 세입자가 부수지 않은 이상 그렇습니다.
전구는 법에 없습니다
법을 아무리 읽어도 전구, 형광등, 수도꼭지 패킹, 문고리 같은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필요한 상태」가 어디까지인지 법은 말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계약서입니다.
표준계약서를 보면 두 군데에 칸이 있습니다. 입주 전에 고칠 것과 그 비용을 누가 대는지 적는 칸이 하나, 계약 중에 생기는 수리와 비용 부담을 적는 칸이 하나다. 그리고 합의하지 않은 수선비는 민법과 판례와 관습에 따른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칸이 비어 있으면 관습으로 간다. 관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다툰다.
계약서에 「소모품과 자잘한 손질은 세입자, 설비 고장은 집주인」이라고 한 줄 적어 두면 전구 값으로 다툴 일이 없어집니다. 저라면 계약할 때 이 칸부터 채우겠다.
내 돈으로 먼저 고쳤다면
보일러가 한겨울에 멈췄는데 집주인 연락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세입자가 자기 돈으로 고쳤다면 그 돈은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이 집을 지키는 데 든 비용은 돌려주라고 정해 두었습니다.
영수증이 답이다. 바로 청구한다.
여기서 두 가지가 갈립니다. 집을 지키는 데 든 돈은 언제든 청구할 수 있지만, 집의 값어치를 올리는 데 든 돈은 계약이 끝날 때 그 값어치가 남아 있어야만 받는다. 새 보일러는 앞의 것이고 새로 깐 마루는 뒤의 것에 가깝습니다. 뒤의 것은 법원이 집주인에게 갚을 기간을 넉넉히 줄 수도 있다.
표준계약서에도 집주인 몫 수선비를 세입자가 냈으면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는 항이 따로 있습니다.
고장을 알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수리가 필요하면 세입자는 지체 없이 집주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건 부탁이 아니라 법이 세입자에게 지운 의무다. 다만 집주인이 이미 알고 있다면 알릴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이 반전이다. 알았느냐가 갈림길이다.
그래서 문자로 남깁니다. 언제 무엇이 고장 났는지 사진과 함께 보내 두면 집주인이 몰랐다고 할 수 없다. 누수를 알고도 몇 달 두면 아랫집 피해까지 커지는데, 그때 「알렸다」는 기록이 세입자를 지킵니다.
집주인이 고치러 오면 세입자는 막을 수 없습니다. 집을 지키는 공사는 거절하지 못한다고 법에 적혀 있다. 반대로 세입자 뜻과 다르게 공사를 벌여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됐다면 세입자가 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끝내 고쳐주지 않을 때
세입자 잘못 없이 집 일부를 못 쓰게 됐다면 그 비율만큼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부분으로는 살 수가 없다면 계약을 끝낼 수도 있다. 법이 그렇게 열어 두었습니다.
순서가 있다. 알린다, 기한을 준다, 그다음이다.
저라면 고장 난 날 문자로 알리고 일주일쯤 기한을 적어 두겠습니다. 답이 없으면 업체를 불러 고치고 영수증으로 청구한다. 월세를 깎거나 계약을 끝내는 것은 그 뒤에 꺼낼 카드이지 처음부터 쓸 카드가 아닙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 「자잘한 손질은 세입자 몫」이라는 대법원 판결의 사건번호와 원문은 이번 글에서 열지 못했습니다. 표준계약서가 「판례와 관습에 따른다」고 적은 것까지만 확인했습니다
- 표준계약서 뒤에 붙는 안내문에 수리 부담을 어떻게 나누라고 예시했는지는 원문 파일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 상가 임대차에서도 같은 민법이 적용되지만 표준계약서는 주택용이라 상가의 특약 예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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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 목적물 인도, 계약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제624조(임대인의 보존행위, 인용의무)·제625조(임차인의 의사에 반하는 보존행위와 해지권)·제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권: 필요비 즉시, 유익비는 종료 시 가액 증가 현존 시)·제627조(일부멸실 등과 감액청구, 해지권)·제634조(임차인의 통지의무, 임대인이 이미 안 때 제외) 원문 직접 확인. 법무부·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제3조(입주 전 수리)·제4조(임차주택의 사용·관리·수선: ②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 ③ 수리·비용부담 합의 및 미합의 시 민법·판례·관습, ④ 임대인 부담 수선비용 상환청구) 원문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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