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가 버틸 때 꺼내는 돈, 하자보수보증금

입주한 지 이태쯤 된 아파트라고 해 봅시다. 복도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하고 시공사에 몇 번이나 고쳐 달라고 했는데, 석 달이 지나도록 답이 없습니다.
이럴 때 꺼내 쓰라고 법이 미리 받아 둔 돈이 단지마다 잠들어 있습니다. 하자보수보증금 — 큰 단지면 수십억 원짜리입니다.
소송보다 먼저 볼 돈입니다.
이름만 낯섭니다.
단지마다 미리 맡겨 둔 돈이 있습니다
돈부터 찾으십시오.
아파트를 지은 회사는 입주가 시작되기 전에, 하자가 났을 때 쓸 보증금을 반드시 맡겨 놓아야 합니다. 법이 그렇게 정했습니다. 사용검사라는 마지막 관문을 신청할 때 예치 증서를 함께 내야 하니, 이 돈 없이 입주가 시작된 단지는 없는 셈입니다.
금액도 법이 정해 뒀습니다.
설계비 같은 간접비를 뺀 총사업비의 100분의 3입니다. 총사업비가 1,000억 원인 단지라면 30억 원이 어딘가에 맡겨져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시공사가 버티며 답을 미룰 때, 소송 없이도 입주민 쪽에서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둔 돈입니다.
이 돈, 명의가 두 번 바뀝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규칙을 읽다가 눈에 걸린 대목이 하나 나왔습니다. 처음 이 돈의 명의는 입주민이 아닙니다. 사용검사를 내준 시장·군수·구청장 명의로 맡겨집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꾸려지면 그때 명의를 넘기고 증서를 인계하도록 돼 있고, 넘겨받은 증서는 관리사무소 쪽이 보관합니다.
그러니 지금 확인할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 단지 증서가 어디에 있는지 관리사무소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관리사무소가 머뭇거리면, 지급 내역을 통보받게 돼 있는 시·군·구청 공동주택 부서에 물어도 됩니다.
시계가 돌수록 돈이 줄어듭니다
여기가 이 제도의 핵심이자 함정입니다.
시계는 이미 돕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보증금을 계속 쥐고 있을 수 없습니다. 입주 검사일부터 2년이 지나면 15%를 돌려줍니다. 3년이면 40%, 5년이면 25%, 10년이면 나머지 20%까지 돌려주도록 법이 못 박았습니다. 돌려주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3년이 고비입니다.
3년만 지나도 절반 넘게 사라집니다.
그래서 하자는 발견 즉시 청구해야 합니다. 균열을 봐 놓고 「언젠가 하겠지」 하며 한 해 두 해 넘기면, 정작 꺼내 쓸 돈이 줄어든 뒤입니다. 이건 서두르셔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한 가지 더 짚습니다. 이미 꺼내 쓴 돈은 반환할 때 셈에는 넣되 실제로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쓴 만큼 시공사 몫이 줄어드는 구조라서, 먼저 쓰는 쪽이 유리합니다.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돈은 아닙니다
용도는 좁게 묶였습니다. 하자 판정에 따라 보수하는 비용처럼, 법이 정한 자리에만 씁니다. 꺼내 쓴 뒤에는 30일 안에 시·군·구에 사용 내역을 신고해야 합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돈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다른 일에 돌려쓰면, 그것은 편의가 아니라 위법입니다. 입주민이라면 사용 내역을 청구해 볼 권리가 있는 돈이기도 합니다.
정리
우리 단지 몫의 보증금이 이미 어딘가에 있습니다. 총사업비의 3%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공사에게 돌아가니, 하자를 발견했다면 연차가 넘어가기 전에 청구부터 하십시오.
확인하지 못한 것
- 나라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단지는 예치 의무가 없습니다 — 그런 단지는 이 글이 해당되지 않습니다
- 현금 대신 보증서로 맡긴 경우, 실제로 돈을 청구할 때 필요한 서류 목록 —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우리 단지 보증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 단지마다 달라 관리사무소나 시·군·구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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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 공동주택관리법 제38조,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제42조·제43조·제45조 원문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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