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 — 대법원이 정리한 기준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칠까 봐 그 자리에서 50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는 「가계약금은 원래 못 받는다」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대법원 판단은 그 반대입니다.
계약금은 원래 무슨 돈인가
민법 제565조 제1항입니다.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조문의 계약금을 해약금이라고 부릅니다. 「계약을 깨는 값」입니다. 산 사람은 준 돈을 버리고, 판 사람은 받은 돈의 두 배를 돌려주면 계약을 없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제565조 제2항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제하면 손해배상은 따로 청구하지 못합니다. 포기하거나 두 배를 물어 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 계약금은 「위약금」이 아닙니다
이 둘을 섞어서 쓰는 글이 많은데 성격이 다릅니다.
| 해약금 | 위약금(손해배상액의 예정) | |
|---|---|---|
| 언제 쓰나 | 마음이 바뀌어 계약을 깰 때 | 계약을 어겼을 때 |
| 근거 | 민법 제565조 | 민법 제398조 |
| 특약이 필요한가 | 필요 없음 (기본값) | 별도 특약이 있어야 함 |
대법원이 두 판결에서 같은 날 못 박았습니다.
「계약금 등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그와 같은 특약이 없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그리고 위약금 특약이 없으면, 상대방 잘못으로 계약이 깨져도 계약금이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넘어가지 않고 실제 입은 손해만 배상받습니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 그래서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부동산 표준계약서에는 대개 들어 있지만, 있다고 전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 가계약금은 자동으로 몰수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널리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입니다. 임차보증금 가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가계약금에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려면, 정식 계약을 맺기 전까지 준 사람은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두 배를 돌려주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이 이렇습니다.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피고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2심은 「스스로 포기했으니 몰수된다」고 봤는데, 대법원이 법리를 잘못 봤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즉 명백한 약정이 없으면 가계약금은 돌려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 다만 — 이미 계약이 성립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이름이 「가계약」이어도 내용이 갖춰졌으면 그건 이미 계약입니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입니다.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안 적혀 있었고 정식 계약서도 나중에 안 썼는데,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봤습니다. 이유는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어 있었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시 기준은 이렇습니다. 모든 사항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상황 | 어떻게 되나 |
|---|---|
| 목적물·대금 등 중요 사항이 정해지지 않음 | 계약 미성립 → 가계약금은 돌려받음 (해약금 약정이 명백할 때만 예외) |
| 목적물·대금 등이 특정됨 | 이미 매매계약이 성립 → 「가계약」이라는 이름과 무관하게 해약금 법리와 계약의 구속력이 적용 |
★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를 얼마에」까지 문자로 주고받았다면, 그건 이미 계약일 수 있습니다. 「가계약이니까 부담 없다」고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 계약금을 일부만 줬다면 — 「받은 돈」의 배액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크게 갈리는 대목입니다.
계약금 1억원으로 정했는데 당장 500만원만 보냈습니다. 며칠 뒤 집값이 올라 판 사람이 마음을 바꿉니다. 1,000만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깰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입니다.
판결 이유가 명쾌합니다. 실제로 받은 돈의 배액만 돌려주고 깰 수 있다면 당사자가 계약금 액수를 정한 뜻에 어긋나고, 받은 돈이 적을수록 계약을 마음대로 깰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해져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입니다.
★ 위 예에서 판 사람이 계약을 깨려면 1,000만원이 아니라 2억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만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받은 쪽(매도인)이 해제할 때의 기준을 다룹니다. 준 쪽이 일부만 낸 돈을 포기하고 나올 수 있는지는 이 판결이 정하지 않았습니다.
★★ 언제까지 깰 수 있나 —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제565조는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시한을 정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도 대법원이 밝혔습니다.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이고, 단순한 준비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완전한 이행 제공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왜 이 시점에서 끊는지도 밝혔습니다. 이미 이행에 착수한 쪽은 비용을 들였고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믿고 있는데, 여기서 상대가 계약을 깨면 뜻밖의 손해를 입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 중도금을 미리 넣어도 됩니다
여기가 실전에서 쓰이는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이행기의 약정이 있더라도,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입장 | 할 수 있는 것 |
|---|---|
| 산 사람 — 집값이 올라 파는 쪽이 깰까 걱정된다 | 중도금을 지급일 전에 미리 넣습니다. 이행착수가 되어 상대의 해제권이 막힙니다 |
| 판 사람 — 그걸 막고 싶다 | 계약서에 「중도금은 이행기 전에 지급할 수 없다」는 특약을 넣습니다 |
실제로 2004다11599 사건이 그랬습니다. 계약 뒤 시세가 오르자 매도인이 증액을 요구했고, 매수인이 확답하지 않은 채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했습니다. 그 뒤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공탁하며 해제하려 했지만 대법원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계약금이 너무 크면 깎을 수 있나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합니다.
★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이 조문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한 것입니다. 앞서 본 대로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특약되어 있어야 감액을 논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해약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부당히 과다」한지는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한 경위, 예상 손해의 크기, 거래 관행 등을 모두 따져 경제적 약자에게 부당한 압박이 되어 공정성을 잃는지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정리
| 흔한 말 | 실제 |
|---|---|
| 「가계약금은 원래 못 돌려받는다」 | 해약금 약정이 명백해야 몰수됩니다 (2022다247187) |
| 「가계약이니 아직 계약이 아니다」 | 목적물·대금이 특정됐으면 이미 계약입니다 (2005다39594) |
| 「받은 돈의 두 배만 주면 깰 수 있다」 | 약정 계약금의 두 배입니다 (2014다231378) |
| 「계약금은 위약금이다」 | 기본값은 해약금입니다. 위약금은 특약이 있어야 합니다 (95다11429) |
| 「중도금 날짜 전에는 못 낸다」 | 특약이 없으면 미리 낼 수 있고, 그러면 해제가 막힙니다 (2002다46492) |
자주 묻는 것
Q. 문자로만 주고받았는데 계약이 된 건가요?
계약서 형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사고팔기로 했는지가 특정됐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주고받은 내용을 지우지 마시고 보관하십시오.
Q. 가계약금을 보낼 때 어떻게 해 두면 좋을까요?
분쟁의 씨앗은 「돌려주는지 아닌지를 안 정한 것」입니다. 「○일까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전액 반환한다」거나 반대로 「반환하지 않는다」거나, 어느 쪽이든 문자로 남겨 두면 다툴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Q. 임대차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민법 제567조가 매매 규정을 다른 유상계약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임대차 계약금에도 제565조가 준용될 수 있습니다. 위 2022다247187 사건 자체가 임차보증금 가계약금 사안이었습니다.
Q. 부동산에 낸 중개보수는 돌려받나요?
계약금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는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과실로 거래가 무효·취소·해제된 경우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그 외의 경우는 약정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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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민법」 제398조·제551조·제565조·제567조(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시행), 「공인중개사법」 제32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개별 사안은 주고받은 내용과 계약서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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